프로그램
한국단편경쟁

Korean Shorts Competition

올해 춘천영화제의 한국단편경쟁 부문에선 총 1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1,075편의 출품작 중 예심을 거쳐 선발된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독특한 서사적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들이었다. 실험영화의 톤이 강했던 <샐리>나 영화적 장치를 잘 사용했던 <유아용 욕조> <셋둘하나> 등이 좋은 예가 될 듯하며, <명희>나 <아무 잘못 없는>은 단편영화로선 만만치 않은 러닝 타임 안에서 장편의 극적 구조를 담아내고 있었다. 장르적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들도 있었다. <함진아비>는 전통 소재를 바탕으로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마이디어>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로, 장애인의 소통에 대한 문제를 잔잔하게 보여준다. <관 값>은 장르 영화의 거친 매력이 돋보였다. <토끼 탈을 쓴 여자>는 로맨스와 가벼운 미스터리를 결합한 매력적인 작품이다. ‘영화적 공기’를 만들어내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였던 작품으로는 <안녕의 세계> <도축> <디-데이, 프라이데이>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테마 역시 빼놓을 수 없을 텐데, 유일한 애니메이션이었던 <나무의 집>과 브이로그 스타일의 <육 년과 여섯 번>은 독특한 스타일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샤우트>는 압축적 설정으로 우리 사회에 대한 메타포를 만들어낸다.

샐리

Sally

Korea | 2023 | 26min | Experimental | Color | 15

남자는 샐리를 사랑한다. 샐리는 노란색이고 남자는 파란색이다. 하지만 남자는 가끔 다른 사람에게, 샐리에게 없는 색을 발견하고 관심을 보인다. 이정주 감독이 연출, 각본, 제작, 미술, 조명, 녹음, 촬영, 편집, 음악, 색보정 그리고 연기까지 해낸 <샐리>는 마네킨으로 등장하는 샐리와 남자의 사랑 이야기다. 로맨스의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일들을 실험적 형식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단편영화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프로덕션 디자인과 ‘원맨 시스템’의 인상적인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낯설면서도 과감한 작품. 혹은 사랑의 단상.

안녕의 세계

About Us

Korea | 2023 | 20min | Fiction | Color | G

영신의 단짝 준희는 결석 중이다. 친구의 부재 속에서 영신은 준희와의 추억들을 떠올린다. 과연 준희를 어디로 간 것일까? 정연지 감독의 <안녕의 세계>는 사라진 친구를 잊지 않기 위한 마음을 담아낸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준희가 존재했던 시간(과거)와 준희가 존재하지 않는 시간(현재). 두 부분은 마치 같은 시간대인 것처럼 연결되고, 어느새 관객은 영신의 심정이 되어 준희의 부재에 대한 이유를 가늠하게 된다. 섬세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생생한 톤을 만들어내는 작품. 예민한 감수성이 빛난다.

디-데이, 프라이데이

D-Day, Friday

Korea | 2024 | 27min | Fiction | Color | G

1984년 5월 광주. 은주는 짝사랑하는 야구선수 지태의 첫 선발 경기를 보러 가고 싶다. 경기 날은 5월 18일. 그 날은 수많은 광주 시민들에겐 망자를 추모해야 하는 날이다. 이이다 감독의 <디-데이, 프라이데이>는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적잖은 장단편영화들 중 꽤 독특한 톤을 지닌 작품이다. 비극적 역사를 시공간적으로 떨어져서 바라보는 이 영화는, 그 거리만큼 담담하고 그 담담함만큼 거대한 슬픔을 담아낸다. 은주가 ‘미네소타에 사는 존’과 펜팔을 한다는 설정도 이야기의 감성에 결을 더한다.

셋둘하나

ThreeTwoOne

Korea | 2024 | 28min | Fiction | Color | 15

‘하나’에겐 3분 일찍 태어난 쌍둥이 언니 ‘영’이 있다. 영에게 일어난 일은 3일 뒤에도 하나에게 일어난다. 갑작스러운 영의 죽음. 그렇다면 3일 후에 하나도 죽게 되는 걸까? 장혜진 감독의 <셋둘하나>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영화다. 쌍둥이 자매의 평행선 같은 삶을 설정하고, ‘영화 속 영화’를 통해 ‘영화=삶’ 혹은 ‘삶=영화’의 구조를 만든다. 하나는 전지적 목소리(영화의 내레이션)를 듣고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의 시나리오를 본다. 삶은 정해진 걸까?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걸까? 혹은… 그냥 사는 걸까? 흥미로운 서사 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