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애니초이스 단편

Animation Choice Shorts

올해 애니 초이스 섹션에선 외국의 아트 애니메이션 한 편과, 한국의 걸작 단편 다섯 편을 상영한다. <로봇 드림>은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 뉴욕의 맨해튼을 배경으로, 홀로 사는 개와 로봇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다섯 편의 한국 단편 애니메이션은 각양각색의 개성을 지니고 있다. <안 할 이유 없는 임신>은 남성도 출산을 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 애니메이션이다. 코미디 톤의 작품으로, 그 안에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비판을 결합했다. <항해의 끝>은 섬세한 그림체 안에 바다를 배경으로 심각한 환경 문제를 담아낸다. <스위밍>은 뛰어난 상상력의 애니메이션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무의식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SNS의 세계가 펼쳐진다. <일출전야>는 ‘과로 사회’인 대한민국에 대한 재치 있는 풍자다. 마지막으로 <유령이 떠난 자리>는 타임 랩스 영상으로 담아낸 고독의 풍경이다.

유령이 떠난 자리

A Long Alone

Korea | 2023 | 8min | Animation | Color | 12

2022년 1월 1일. 텔레비전 화면만이 해가 바뀌었음을 알려 줄 뿐, 인물이 장면에 등장하진 않는다. 이후 등장하는 죽음 이후의 풍경이 이어진다. 여은아 감독의 <유령이 떠난 자리>는 타임랩스 방식으로 보이는 압축적 영상을 통해 한 인간이 고독사한 후 1년 동안의 시간을 공간 중심적인 방식으로 담아낸다. 시계, 가족사진, 이력서…. 망자의 흔적과도 같은 사물들은 주인이 사라진 빈 방을 1년 동안 지키고, 그 위엔 먼지가 쌓이며 음식물은 썩어간다.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만드는 작품이다.

항해의 끝

THE END OF VOYAGE

Korea | 2023 | 10min | Animation | Color | 12

한 중년 남자가 항해중이다. 어디선가 검은 재가 날아오고, 바닷물은 검게 썩어간다. 고래는 병들었고, 폐선에선 기름이 흘러나온다. 그러한 바다를 헤치고 과연 그는 어디로 가는 걸까? 최민호 감독의 <항해의 끝>은 위기에 처한 지구의 환경을 드러낸다.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더 인상적으로 오염된 지구의 현실을 드러내는 <항해의 끝>은 주인공의 대사처럼 우린 어쩌면 “너무 멀리 와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최민호 감독 특유의 리얼한 그림체가 작품의 테마를 더욱 강조한다.

일출전야

Before the Sun Rises

Korea | 2022 | 8min | Animation | Color | 12

수면 부족 과로사가 늘어나면서, 사자들의 명부를 관리하는 저승사자도 과로에 시달리게 된다. 그는 참다 못해 이승으로 건너와 사람들을 재우기 위해, 그래서 과로사로 죽는 사람을 줄이기 위해 애쓴다. 황시원 감독의 <일출전야>는 아직도 살인적인 노동 시간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그 지옥 같은 현실을 타개해주는 존재가 현실이 아닌 저 세상에서 왔다는 설정은 씁쓸한 유머. 저승사자들끼리도 실적 경쟁을 벌이는 부분은 경쟁 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스위밍

Swimming

Korea | 2023 | 11min | Animation | Color | 12

2102년의 미래. 무의식의 세계를 공개하는 SNS ‘스위밍’을 많은 유저들이 사용한다. 주인공 나빌은 블랙 다이버들을 통해, 헤어진 연인의 무의식을 조작하려다가 실수로 자신의 무의식을 폭발시켜 버리고 만다. 2023년 서울단편영화제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서새롬 감독의 <스위밍>은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의 이슈를 보여준다. ‘상상력’의 측면에서 최근 애니메이션 중 가장 뛰어난 작품. 엔딩 크레디트 끝나고 쿠키 영상이 있으니 놓치지 마시길.

안 할 이유 없는 임신

How to Get Your Man Pregnant

Korea | 2023 | 30min | Animation | Color | 15

2030년 대한민국. 남성도 임신을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 난임으로 고생하던 정환과 유진 부부에겐 희소식이다. 노경무 감독의 <안 할 이유 없는 임신>은 작년 전주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국내외 20여 개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작년 한국 독립 애니메이션계의 베스트셀러이다. 어쩌면 ‘저출산 시대’에 가장 요긴할(?) 이 작품은 작지만 기발한 설정에서 시작해 30분이라는 만만치 않은 러닝타임을 꽉 채우는 서사적 충실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결말로 깔끔하게 영화를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