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Shorts Competition
올해 춘천영화제의 한국단편경쟁 부문에선 총 1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1,075편의 출품작 중 예심을 거쳐 선발된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독특한 서사적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들이었다. 실험영화의 톤이 강했던 <샐리>나 영화적 장치를 잘 사용했던 <유아용 욕조> <셋둘하나> 등이 좋은 예가 될 듯하며, <명희>나 <아무 잘못 없는>은 단편영화로선 만만치 않은 러닝 타임 안에서 장편의 극적 구조를 담아내고 있었다. 장르적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들도 있었다. <함진아비>는 전통 소재를 바탕으로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마이디어>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로, 장애인의 소통에 대한 문제를 잔잔하게 보여준다. <관 값>은 장르 영화의 거친 매력이 돋보였다. <토끼 탈을 쓴 여자>는 로맨스와 가벼운 미스터리를 결합한 매력적인 작품이다. ‘영화적 공기’를 만들어내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였던 작품으로는 <안녕의 세계> <도축> <디-데이, 프라이데이>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테마 역시 빼놓을 수 없을 텐데, 유일한 애니메이션이었던 <나무의 집>과 브이로그 스타일의 <육 년과 여섯 번>은 독특한 스타일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샤우트>는 압축적 설정으로 우리 사회에 대한 메타포를 만들어낸다.
관 값
The Price of Death |
Korea | 2023 | 25min | Fiction | Color | 15 | World Premier
4억 원의 빚이 있는 경준은 자살하려 한다. 이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그곳엔 채권자인 친구 철식과, 오랫동안 의절했던 동생 우림이 있다. 이경민 감독의 <관 값>은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결합한다. 그 전개는 과감하면서도 뻔하지 않다. 하나둘씩 등장하는 ‘막장’스러운 캐릭터들은 아수라장을 만들고, (배우로도 출연하는) 감독의 에너지 덕에 영화는 좀처럼 텐션을 떨어트리지 않는다. 과감한 앵글과 카메라워크, 빠른 편집 감각 등은 영화 나름의 스타일을 만든다. 어떤 ‘기세’가 느껴지는 단편.
함진아비
Hamjinabi
Korea | 2023 | 25min | Fiction | Color | 15
철규에게 갑자기 찾아온 고향 친구 영훈. 결혼을 앞둔 영훈은 철규에게 함진아비를 부탁한다. 그리고 등장한 신부의 이름 순이. 결국 철규는 함을 지게 되고 고향으로 향한다. <함진아비>는 공포영화의 톤과 관습을 충실하게 담아낸다. 특히 ‘함진아비’라는 소재는 이 장르에 안성맞춤이며, 영화의 미장센 하나하나가 공포영화 장르와 디테일로 연결되어 전체적으로 호러 톤을 만들어낸다. 순이를 둘러싼 과거의 사건을 어느 정도 짐작케 하지만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것도 영리한 선택.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빌드업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명희
Shining in the Darkness
Korea | 2024 | 40min | Fiction | Color | 19 | World Premier
미국 유학생이었지만 지금은 대책 없이 살아가는 유성. 전화로 일대일 회화 강습을 하던 그는 우연히 명희라는 고등학생을 알게 된다. 그들은 친구 같은 존재가 된다. 양기현 감독의 <명희>는 ‘연민’에 대한 이야기다. 아버지 없이 거의 가출 상태인 어머니 밑에서 두 어린 동생을 데리고 살아가는 명희는 어린 나이에 너무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고 있다. 유성은 그의 삶을 엿보게 된다. 감당할 수 없는 타인의 고통에 직면했을 때, 유성은 나름의 연대와 연민을 보이며 작으나마 분노의 행동을 한다. 어두운 이야기지만 밝은 음악으로 톤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