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의 서슬이 시퍼렇게 영화계를 욱죄던 1976년 7월, 암울하던 극장가에 놀라운 흥행대박 신화를 불러일으킨 슈퍼 히어로는 바로 토종 거대 로봇 <로보트 태권브이>였다. 영화제작 자체가 억압받던 시대에 <오발탄>으로 이미 검열의 독한 맛을 경험한 유현목 감독이 상대적으로 검열에서 자유로운 애니메이션 장르에 ‘반공물’이라는 기획을 입히고, 김청기 감독과 손을 잡고 만든 이 로봇은 ‘800만 어린이들의 여름방학 선물!’로 극장가를 강타했다. 로봇과 조종사의 정서교감조종시스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빌런 카프, 인간이 되고 싶은 인조인간 메리, 그리고 이 모두를 이어주는 마스코트 깡통로봇까지 다양한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실제 인물의 동작을 바탕으로 하는 ‘로토스코핑’기법까지 도입해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성취를 이루어냈다. 원작 필름은 오랜 극장 상영으로 누더기가 되어있었다가 영화진흥위원회와 ㈜신씨네가 2005년 <로보트 태권브이> 1탄에 대한 복원작업을 하면서 국내 최초로 영화전편을 디지털로 영상복원한 첫 사례가 되었다. 그 복원판을 이번 춘천SF영화제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이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