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상영: 사라진 시간] Special Screening: Me and Me
박형구 형사는 자신의 집에서 철장에 갇힌 채 불에 타 희생된 부부의 사건을 맡는다. 이상한 마을 사람들의 행동에 의심을 품고 계획된 살인이라 추측하는데, 막상 마을 사람들 틈 사이로 깊이 잠입해 들어간 순간 그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시간의 사슬 속에서 무엇이 현실이고 꿈인지 구분되지 않지만 형구는 그럼에도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낯선 타자에 대한 폭력이 집단적 민주 절차에 의해 자행되는 순간을 영화는 쉽게 단죄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대신 형구를 통해 희생자들의 삶을 살게 만들고 영원히 그 시간대에 가둬 버린다. 이렇게 피해자의 시간, 소수자의 시간들로 대체되어버린 형구의 사라진 시간들은 스크린에 박제되어 관객들의 깊은 죄의식을 건드린다. <사라진 시간>을 근 몇 년간 반복해서 등장했던 스릴러 형사 장르물로 기대하고 본다면 분명 실망할 것이다. 오히려 평행이론을 작가주의적 태도로 재해석해낸 SF영화로 바라볼 때 기묘한 틈 사이의 여러 의미와 감정들이 복원될 것이다.
프로그래머 이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