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tic ChunCheon
춘천 및 강원 지역의 영화적 성과를 한 자리에 모으는 ‘시네마틱 춘천’ 섹션은 올해 두 편의 장편과 7편의 단편을 준비했다. 장편으로는 개막작으로도 선정된 장권호 감독의 <빛과 몸>과 함께 다큐멘터리 <무너지지 않는다>를 상영한다. 원주 아카데미 극장 폐관과 철거를 둘러싼 사건과 투쟁을 담은 이 작품은 우리 사회에서 문화와 정치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단편을 살펴보면 강원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한 감독의 작품이 눈에 띈다. 바로 이유진 감독의 <이부자리>와 한원영 감독의 <되돌리기>. 이외에도 이루리 감독의 <소년유랑>은 스타일리시한 화면이 인상적이며, 유이수 감독의 <명태>는 강원 지역의 현실적 이슈와 닿아 있는 작품이다. 신지훈 감독의 <대답>, 김도균 감독의 <거미> 그리고 정유리 감독의 <셋둘하나, 김치> 등은 일상의 윤리부터 장애인의 삶 그리고 가부장제까지 다양한 테마를 담고 있다.
소년유랑
you know, there are ghosts under the tree
Korea | 2023 | 14min | Fiction | Color | 15
비인과 태호는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 학교 축제 전야제에 참석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칼리는 부적을 그려주며 말한다. 전야제가 열리는 신목 아래에 그늘 넓이만큼 어린 귀신들이 모여 있다고. 이루리 감독의 <소년유랑>은 학교를 거쳐간 아이들과 그 공간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동학원’ 프로젝트의 첫 단편으로, 아웃사이더인 두 아이가 겪는 어느 여름날을 보여준다. 과연 그들은 내년엔 축제 전야제에 참여할 수 있을까?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감각적 화면이 인상적. 주인공을 맡은 두 배우(김규리 정다원)의 느낌이 좋다.
거미
GO RYEO JANG
Korea | 2024 | 16min | Fiction | Color | G | World Premier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한 여성이 발견된다. 그의 이름은 진희. 장애를 지니고 있지만, 그는 그 마을에서 꿋꿋이 살아간다. 김도균 감독의 <거미>는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비정함을 보여준다. 마치 고려장처럼 한 마을에 버려지다시피 위탁된 주인공은, 한 가정의 구성원이자 정성스러운 간병인이 되어 살아간다. 과연 그의 그러한 삶은 이전보다 행복할까? 강원도 홍천 지역의 자연을 배경으로 촬영된 작품이다.
되돌리기
Rewind
Korea | 2023 | 24min | Fiction | Color | G
새터민인 민석은 강원도 바닷가의 양식장에서 일한다. 그의 연인은 인근 군부대 장교 소희.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함에도 쉽게 그 관계를 드러내지 못한다. 한원영 감독의 <되돌리기>는 분단 상황을 압축해 놓은 듯한 어느 남녀가 겪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여느 연인들처럼 그들은 싸우고 화해하고 그렇게 사랑하지만,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정치적 변수다. 북한에서 동해상에 미사일을 쏘면 부대에 비상이 걸리고, 만나기로 한 약속은 지켜지기 힘들다. 이 모든 상황을 되돌릴 순 없을까?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 지원작이다.
셋 둘 하나, 김치
Three Two One, Kimchi
Korea | 2023 | 18min | Fiction | Color | 15 | World Premier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하기로 한 셋째 며느리. 시댁 식구들에게 이혼 소식을 알리기 전, 나이 어린 윗동서 형님들과 마지막 김장에 참여한다. 순조롭지만은 않은 김치 담그기. 그들의 갈등은 점점 고조된다. 정유리 감독의 <셋 둘 하나, 김치>는 ‘시댁’의 강요 속에서 매년 김장이라는 의식을 치르는 세 며느리를 통해, 여전히 살아 있는 한국의 가부장제와 그 안에서의 피곤한 상황을 보여준다. 티격태격하는 세 여자의 모습은 코미디 장르는 연상시키지만, 마지막 장면은 영화 전체를 다잡아주며 텐션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