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 Cinema
인디 시네마 섹션에선 6편의 장편과 3편의 단편이 상영된다. 장편에선 묘한 경향성이 발견되는데 그것은 가족의 테마다. 정범과 허장 감독이 공동 연출한 <한 채>와 강유가람 감독의 <럭키, 아파트>는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얽힌 욕망을 중심으로, 그곳에 거주하는 인물들이 겪는 모순적 현실을 드러낸다. <딸에 대하여> 역시 엄마와 딸의 관계를 중심으로, 우리 시대에 가족을 이룬다는 것의 의미를 담아낸다. <해야 할 일>은 구조 조정의 문제를 내밀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모습을 담아낸다. 한편 <그 여름날의 거짓말>은 서사를 따라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진실과 거짓과 비밀과 모호함이 뒤엉킨 영화다. ‘인디 단편’에선 춘천영화제가 추천하는 세 편의 단편을 담았다. 이재은 감독과 함께 <성적표의 김민영>(2022)을 연출했던 임지선 감독의 <헨젤 : 두 개의 교복 치마>는 또 하나의 독특한 성장영화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가홍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는 최근 나온 단편 중 가장 따스한 결을 지닌 작품일 것이다. <다리 밑 도영>은 독특한 퍼포먼스를 통해 죽음과 이별의 테마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올해 처음으로 시도되는 ‘액터스 체어’의 주인공은 <절해고도>의 박종환 배우다. 이 작품에서의 인상적인 연기뿐만 아니라, 그의 연기에 대한 생각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헨젤: 두 개의 교복치마
Hansel: Two School Skirts
Korea | 2024 | 28min | Fiction | Color | G
음악 시간 준비물인 리코더를 가져오기 위해 정신없이 집으로 뛰는 한슬. 제 시간에 돌아와야 벌칙으로 앞에 나가 노래를 하지 않는다. 이재은 감독과 함께 장편 <성적표의 김민영>(2022)를 연출했던 임지선 감독은 또 한 편의 독특한 성장 영화를 선보인다. 학교 생활의 긴장 속에서 요실금이라는 다소 부끄러운 질병이 생긴 한슬은 작은 계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된다. 자칫 어두운 톤으로 빠질 수도 있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밝은 톤을 놓지 않는다. 10대 시절 무엇인가를 ‘극복’하며 성장한다는 것에 대한 영화.
다리 밑 도영
Underneath the Bridge
Korea | 2023 | 34min | Fiction | Color | 12
어느 여름날, 도영은 친동생 도희를 사고로 잃는다. 다시 만날 수 없는 걸까? 다행히 영혼을 저승으로 이끄는 존재들이 실수를 하고, 도영은 도희와 재회한다. 박지현 감독의 <다리 밑 도영>은 죽음과 그 이후 세계를, 관념이 아닌 퍼포먼스의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 의식은 슬프거나 처연하지 않고, 교복 입은 학생들의 안무로 표현되듯 밝고 유희적인 느낌이다. 사건을 다루는 감독의 상상력의 돋보이는 작품.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이미지를 담아내는 스타일도 예사롭지 않다.
8월의 크리스마스
Christmas in Summer
Korea | 2023 | 30min | Fiction | Color | G
은수는 결혼을 앞두고, 어린 시절 헤어진 아빠를 만나기 위해 강릉에 간다. 하지만 아빠의 흔적은 이미 지워진 지 오래. 이때 우연히 탄 택시 안에서 그는 의외의 만남을 가진다. 이가홍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는 시대의 아픔을 위로하는 판타지 드라마다. IMF로 인해 한국 사회가 겪었던 집단적 트라우마는 각 가정에도 수많은 슬픈 사연을 만들어냈다. 이 시기 꼬마였던 세대는 이제 성인이 되어 결혼을 앞두고 있고, 그는 과거 가난으로 분열되었던 가정을 끌어안으려 한다. 허진호 감독의 동명 장편처럼, 잔잔한 톤으로 뭉클하게 만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