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몸 Body of Light
1999년에 샬림을 처음 만난 이성규 감독은 인력거를 끄는 그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10여 년 후 〈오래된 인력거〉가 탄생한다. ‘기쁨의 도시’라 불리는 대도시 캘커타. 그곳엔 수백만 명의 극빈자가 살아간다. 샬림은 맨발로 인력거를 끌며 가족들이 행복하게 함께 살 미래를 꿈꾸지만, 현실은 고단하고 퍽퍽하다. 아시아 영화 최초로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작품. “가끔은 행복하고 가끔은 슬픈 것, 그것이 인생”이라는 대사는 큰 울림을 준다. 소설가 이외수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그녀의 취미생활 Her Hobby
폐쇄적인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연약해 보이지만 강인한 여성 정인(정이서). 그의 집 주변에 이사 온, 뭐든지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도시 여성 혜정(김혜나).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며 취미 생활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서미애 작가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그녀의 취미생활〉은 〈델마와 루이스〉(1991)를 연상시키는 워맨스 무비이다. 폭력적인 남성성과 폐쇄적인 분위기가 장악하고 있는 마을. 그곳에 이방인처럼 살고 있는 정인과 혜정이 스스로를 지키고 복수하는 이야기는 긴장감과 함께 통쾌함을 준다. 정이서와 김혜나, 두 배우의 어울림이 좋다.
자전거 vs 자동차 Bikes vs Cars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중심의 도시 교통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다큐멘터리. 자전거는 그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거대한 자동차 산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한다. 이에 대항하는 전 세계의 자전거 운동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를 추구한다. 만약 그들의 활동이 작은 성취라도 이룰 수 있다면, 우리의 환경과 생활은 어떻게 바뀔까? 환경의 관점에서 도시 문제를 바라본 다큐멘터리로, 2015년 작품이지만 그 문제의식은 여전하다.
우리들 The World of Us
언제나 혼자인 선(최수인)은 홀로 교실에 남아있던 방학식 날, 전학생 지아(설혜인)를 만난다. 세상 누구보다 친한 사이가 된 선과 지아. 하지만 개학 후 학교에서 만난 지아는 달라졌다. 선을 따돌리는 보라(이서연)의 편에 서서 선을 외면하는 지아.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선은 결국 지아의 비밀을 폭로한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의 우정과 미움과 질투와 이해 등 ‘관계’를 다룬 작품. 스토리에 얽매이지 않고, 캐릭터들을 감싸고 있는 ‘공기’를 섬세하게 잡아낸다. ‘우리’가 되어 성장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이다.
어쩌다 활동가 Warm Welcome
이주민 인권 단체에서 일하는 이윤정. 그의 딸인 박마리솔 감독은 엄마를 돕는 과정에서 자신도 ‘어쩌다 활동가’가 된다. 난생처음 해보는 컴퓨터 작업과 각종 사무와 외국인 응대가 어려운 윤정.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되는 사람들은 늘어만 간다. 이 과정에서 윤정의 삶은 변해가고, 그런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낯설고 멋져 보여 감독은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활동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과 애환을 만날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
수라 Sura : A Love Song
마지막 갯벌 ‘수라’의 새들을 찾기 위해 오늘도 집을 나서는 동필과 그의 아들 승준. 그는 오래전 보았던 도요새의 군무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한다. 오래전 갯벌에 관한 다큐를 만들다 포기했던 영화감독 황윤은 이들을 만나 다시 카메라를 든다. 말라가는 ‘수라’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생명체들은 그렇게 기록된다. 20년 가까이 생태계와 동물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황윤 감독의 작품. 갯벌에 서식하는 동물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킨다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고릴라 별 The Ape Star
어린 소녀 요나는 입양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자신만을 사랑해 준다면 누구든 상관없다. 그렇지만 엄마가 될지도 모르는 누군가가 낡은 차를 타고 고아원에 와 차 문을 열고 걸어 나왔을 때, 요나는 놀라고 만다. 바로 고릴라였기 때문이다. 고릴라와 함께 떠나야 할지 잠시 고민하는 요나. 하지만 고릴라 엄마와의 신체적 차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한국계 스웨덴 감독 린다 함박의 애니메이션. ‘차이’에 대한 평등한 시선을 이야기한다.
건축학 고양이 Architecture & Cats
사람과 동물이 공생할 수 있는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조준형, 이규열 감독의 다큐멘터리 〈건축학 고양이〉는 간단하면서도 쉽지 않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동네 뒷산 길을 따라 고양이 급식소의 밥과 물을 챙기는 것으로부터 윤선의 하루는 시작된다. 남편 윤재는 무엇보다 고양이들의 끼니를 우선하는 아내가 못마땅하지만 무심한 척 돕는 조력자이다. 어느 날 부부는 집 뒤의 빈 공터에 집을 짓기로 결심한다. 동네 고양이들의 아지트인 그곳. 부부는 그들의 보금자리를 해치지 않으며 집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자전거 도둑 Bicycle Thieves
2차대전 이후 폐허 속에서 시작된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은,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 도시〉(1945)가 포문을 열었다면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1948)에서 어떤 정점을 맞이한다.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자전거 한 대가 빚어내는 가난의 이야기는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을 넘어, 7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울림을 주는 위대함을 지녔다. 빈곤의 현실이 만들어낸 완벽한 영화. 많은 감독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현재에도 이 영화가 지닌 테마는 수많은 방식으로 변주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