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엉덩이만 들여놔도 될까요? Camel in the Tent
〈자유연기〉(2018) 〈82년생 김지영〉(2019)을 연출한 김도영 감독의 작품. ‘관계’에 대한 코미디다. 선영(강선영) 앞에 갑자기 고향 후배 유라(김률하)가 나타난다. 사기꾼을 잡으러 서울에 올라왔다는 유라. 딱 이틀만 신세 지겠다는 그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나가지 않는다. 선영의 집은 유라가 만드는 종이꽃으로 가득 차고, 선영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른다. 극단적 민폐를 겪으면서도 인간적인 정 때문에 상대방을 떨쳐내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을 통해 영화적 재미를 만들어내는 영화. 두 배우의 캐릭터 연기는 영화를 이끄는 탄탄한 동력이다.
그리고 집 I’m Here
가족을 떠나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고 싶은 수진(김승화). 그에겐 간병을 필요로 하는 아빠와 가사 분담을 원하는 엄마가 있다. 과연 수진은 이 ‘가족의 굴레’를 벗고 떠날 수 있을까? 정은욱 감독의 〈그리고 집〉은 상징적이다. 세대와 계층과 사회의 모순은 뒤엉켜 ‘좀비’ 이미지로 드러나고,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그 존재는 사라지지 않고 수진의 현재를 억압하며 미래를 가로막는다. 현재 한국 사회가 지닌 무의식적 공포를 장르의 클리셰를 이용해 보여주는 작품. 일상과 환상을 오가며 영화적 공기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좋다.
대리구매 RESELLERS
청소년에게 담배를 대리 구매해 주는 이른바 ‘댈구’로 돈을 버는 성재(장준휘)는 어느 날 예상하지 못했던 구매자를 만난다. 이승주 감독의 〈대리구매〉는 범법적 상황을 블랙 코미디의 화법으로 보여준다. 수수료를 받고 중고생에게 담배를 사주는 행동은 범죄이지만 성재에겐 생계이다. 그럼에도 나름의 직업 윤리로 ‘팔아선 안 될 고객’을 구분하고, 그 윤리가 무너지는 순간에 분노한다. 여기서 담배를 둘러싼 먹이사슬 관계가 형성되고, ‘되팔기’라는 자본주의적 행동의 비정함이 드러난다. 일종의 우화 같은 영화. 장준휘의 생생한 연기가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소녀 SONYEO
내부와 외부를 잇는 ‘문’이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기홍 감독의 〈소녀〉는 ‘상황’의 영화이다. ‘문’을 가운데 놓고 구분되는 안과 밖의 공간은 주인공 소녀(최성은)의 걷잡을 수 없는 내면의 풍경과 연결된다. 집 안에 있는 소녀. 아버지는 그저 누워 있고, 집 밖에선 누군가(김범수)가 들어오려 한다. 낯선 자의 목소리에 공포를 느끼지만 동시에 호기심을 느끼는 걸까? 소녀는 문밖의 남자와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며, 현실인지 망상인지 알 수 없는 스토리가 이어진다. 짧은 러닝타임을 밀도 높은 미장센과 흡인력 있는 서사로 꽉 채운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