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편경쟁

자르고 붙이기

Cut and Paste

Korea | 2022 | 27min | Fiction | Color | 12

고시원에서 엄마(신혜경)와 사는 아들 정호(황재필)는, 엄마가 자신 몰래 새로 신용카드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직도 갚아야 할 빚이 있는 상황이기에 화가 난 정호는 신용카드를 잘라버린다. ‘빈곤’은 독립영화의 중요한 테마이며, 관련되어 ‘고시원’은 하나의 장르로 부를 만큼 자주 등장하는 공간이다. 〈자르고 붙이기〉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자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이 살아가는, 벗어나고 싶지만 좀처럼 쉽지 않은 현실. 모자 역으로 출연하는 두 배우의 열연이 인상적이다.

What We Leave Behind

What We Leave Behind

Korea | 2022 | 12min | Animation | Color | 12

한국인에겐 삶 그 자체로 여겨지는 ‘집’의 공간 이미지를 통해 ‘인생’을 보여주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첫 장면, 집을 마련한 주인공은 아내에게 말한다. “여보, 우리 여기서 평생 행복하게 지내자.” 이후 부부는 아이를 낳고, 아이는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아내는 세상을 떠나고 남편은 홀로된다. 성인이 된 아이는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노인이 된 주인공은 외로운 삶을 살아간다. 픽사 애니메이션 〈업〉(2009)의 오프닝을 연상시키는, 울컥하는 감정을 품은 작품. 강남진 감독이 12일 동안 만들어낸 18,000컷의 이미지를 통해 탄생했다.

지구 종말 vs. 사랑

Apocalypse vs. Love

Korea | 2023 | 32min | Fiction | Color | G

글짓기 교실에서 만난 윤진(정의진)과 해경(김현묵). 해경은 갑작스레 고백을 하고, 윤진은 거절한다. 조금은 어색한 상황이지만, 다음 수업까지 한 조가 되어 글짓기를 해야 한다. 글을 쓰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는 어느새 공방으로 치닫는다. 〈지구 종말 vs. 사랑〉엔 여러 대립항이 존재한다. 여자와 남자, 비관론과 낙관론, 예술성과 대중성 그리고 종말과 사랑. 영화는 그 대립항들 사이의 ‘vs.’가 조금씩 사라지고, 글쓰기를 통해 두 사람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재치 있게 보여준다.

이씨 가문의 형제들

The LEE Families

Korea | 2023 | 26min | Fiction | Color | 12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유일한 유산인 시골집이, 세 딸이 아닌 장손 태석(이주협)에게 넘어갔다. 상속받자마자 집을 팔아버린 태석. 큰딸 숙현(정애화)은 딸 영서(조윤지)와 함께, 아버지의 유품과 유골을 가져오려 하지만 이미 남의 집이 된 터라 쉽지 않다. 서정미 감독의 〈이씨 가문의 형제들〉은 코미디의 틀 안에서 유산 상속을 둘러싼 지극히 한국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조카에게 집을 빼앗긴 자매들은, 그럼에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지난 시간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려 한다. 제목엔 ‘형제들’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자매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