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편경쟁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

Elephant in the Dark

Korea | 2022 | 22min | Fiction | Color | G

영화 촬영장의 카메라가 부서졌다. 시각장애인 우현(손수현)은 청각장애인 친구 하얀(이영지)과 함께 도망친 범인을 찾아 나선다. 단서는 범인의 얼굴을 확정할 수 없는 CCTV 화면. 과연 우현과 하얀은 카메라를 부순 자를 찾아낼 수 있을까? 장애인 영화 접근권과 배리어프리 영화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기획 단계에서부터 배리어프리 영화로 기획된 김남석 감독의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는 두 장애인이 사건을 추리해가는 스릴러이자,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선사하는 훌륭한 사례다. 장르 영화 자체로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Invisible

Korea | 2023 | 30min | Fiction | Color | 12

재희(박새제)는 남편 주용(기윤)의 고향에 내려가 오래된 모텔을 운영하게 된다. 부부가 오기 전부터 모텔에서 일해 온 외국인 청소부 막심(하이칼)은 재희를 은근히 무시하는 듯하고, 재희는 모텔 생활이 어딘가 불편하다. 홍다예 감독의 〈보이지 않는〉은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벽을 드러낸다. 남편의 고향에서 이방인이 된 재희와, 외국인 노동자인 막심. 둘 사이의 긴장 관계와, 그들을 감싸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 〈보이지 않는〉은 차별과 배척의 메커니즘 속에서 개인들의 입장을 면밀히 바라본다.

타인의 삶

Other Life

Korea | 2022 | 25min | Fiction | Color | 12

평범한 회사원 규호(노재원)는 유명 작가 영현(최희진)에게 인터뷰 제안을 받는다. 그런데 영현은 뜻밖의 질문을 던진다. 규호의 절친 중 하나인 민주가 “인생에서 제일 증오하는 사람이 규호”라고 했다는 것. 규호는 큰 충격을 받는다. 노도현 감독의 〈타인의 삶〉은 인간관계에 대한 영화다.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말 앞에서, 한쪽은 묻고 한쪽은 답해야 하는 일방적 소통 속에서, 규호의 친구 관계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문답의 대화’가 밀도 높은 서사를 만들어내는 영화. 미니멀한 구조 안에 풍성한 의미를 담았다.

문 앞에 두고 벨 X

Leave at Door, Bell X

Korea | 2022 | 20min | Fiction | Color | 12

라이더인 지호(지우)는 쌀국수를 잘못 배달하고, 컴플레인이 들어온 후에 일을 수습하려 하지만 간단하지 않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는 상황. 그의 하루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배우 이주영의 연출작 〈문 앞에 두고 벨 X〉는 비인간적인 시스템 속에서 따스한 온기를 찾는 영화다. ‘문 앞에 두고 벨 X’라는 고객의 요청에 ‘문’을 찾지 못해 배달 사고가 나게 되는 상황은 청년 세대의 현실을 암시하는 듯하다. 다행인 건 그의 고된 하루가 나름의 해피엔딩이라는 점이다. 소박한 화법으로 위로가 필요한 자들에게 보내는 연민의 시선.